읽게 된 계기

4월 초, 새로운 멤버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출근길 강남교보에 들러서 질렀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작년 11월 출간됐을 때 SNS를 통해서였다. 예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김창준님의 내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꼭 읽어보기로 찜해뒀었다.

그리고 올해. 이력서상 10년차, 육아휴직 제외하고 실무경력 8년차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프로젝트 리딩을 맡게 되었다. 올해 새로 바뀐 조직도 역피라미드형이라 멤버로만 일하게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 날이 온 셈이었다. 그리고 멤버 수도 한 명에서 이번엔 두 명으로 늘었다. 한마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2~3일 정도 짧고 굵게 집중해서 완독을 했다. 책이 얇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역시 업무나 생활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내용일 때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주요 내용 요약 / 인상 깊었던 구절

머리말

  • 세상은 함께 해야 뭔가 이룰 수 있는데 왜 우리는 혼자 하는 것만 배울까
  • 중요한 것은 잘하냐가 아니라 지금 자라냐는 것인데, 우리는 왜 자라는 것을 훈련할 기회가 별로 없을까
  • ‘함께’, ‘자라기’를 날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내용은 책의 전체 구성과도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 내가 정말 자랄 수 있을까? (= 학습)
  • 우리가 정말 함께 자랄 수 있을까? (= 협력)
  • 우리가 정말 매일매일 함께 자랄 수 있을까? (= 애자일한 접근방법)


1. 자라기

1) 학습의 중요성

  • 학교 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야생 학습이 있다.
    • 자료에 한정이 없고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음
    • 명확한 평가/시험이 없고, 대부분 정답이 없음
    • 대부분 목표가 불분명하고 바뀌기도 함
  • 불확실성이 높을 수록 학습이 중요해진다.
    • 기술 발전으로 요즘 세상은 많은 것이 불확실해짐
    • 이제는 제대로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함
  • ‘경력’이라는 프레임을 버려야 함
    • 경력과 업무수행 능력에는 깊은 상관성이 없음.
    • 채용 시 예측변수와 직무성과에 관한 연구(John Hunter 등)
      • 상관성 높음 : 작업 샘플 테스트, 구조화된 인터뷰, 지능 테스트, 성실성/꼼꼼함 같은 성격 테스트
      • 낮은 상관성 : 연차. 0~2년차 외에는 실력 판단에 의미 없음.
  • 경력의 양보다 질이 중요
    • 개발자의 경험이 얼마나 폭넓고 다양한지
    • 업무 중에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기, 피드백 요청하기 등)
  • 실행 프레임 vs. 학습 프레임
    • 실행 프레임 : 나에게 주어진 과업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틀
    • 학습 프레임 : 주어진 과업을 내가 얼마나 배우느냐로 여기는 틀
    • 학습 프레임을 가지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선배에게 많이 물어보고, 스터디를 짜서 같이 공부하고 서로 가르쳐주면서 성장할 수 있다.
  • 인공지능 시대에는 학습하기 힘든 직업이 살아남는다.
    • 창의적으로 일하기 : 암묵지와 직관을 배우고 수련하기
    • 사회적으로 일하기 : 남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설득하고 협상하고 협력하는 것

1-2. 학습의 조건

의도적 수련에 필요한 3요소 애자일 철학을 활용. 1) 동기 2) 피드백 : 짧은 주기로 얻어야. 자주, 매번, 즉시 3) 적절한 난이도 - 내 실력과 작업의 난이도가 비슷해야 몰입 가능 - 지루함, 불안이 느껴지면 작업 난이도를 조절 - 지속적으로 자기 감정 상태를 살펴야 하므로 메타인지가 중요함

4) 실수를 교정할 기회가 있어야 함. 많이 기록하고 나중에 확인하기.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뽑아내는 방법

  •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뽑아내고 적용하는 것이 자신의 전문성을 빨리 높이는 방법
  •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암묵적인 의사결정과 상황판단이 무엇이었는지 추출

1-3. 학습이 잘 안되는 조건

  • 전문가라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 필요한 것의 30%만 가르쳐 놓고 자신은 다 가르쳤다고 생각
    • 자기 일이 자동화되고 암묵적이 되어, 중요한 노하우를 인식하지 못함
    • 더 잘하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목표
    • 인지적 작업 분석 필요 : “내가 이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2. 협력

  • 조엘 테스트
    • 조엘 스폴스키가 만든 개발팀 평가 테스트는 엉터리다.
    • 개발자를 쪼는 것 외에 뭘 해야할지 모르는 관리자에게 적격
  • 제럴드 와인버그의 <품질 높은="" 소프트웨어="" 관리="">
    • 시스템적 사고 :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 일차적 측정 : 관찰하고 이해하는 능력
    • 일치적 행동 : 어려운 대인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적절하게 행동해야
  •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 미친 요소
    • 설문결과 : 관리 > 시스템 > 사람 > 도구
    • 개선 시도는 ‘도구’만 가장 많았음.

2-1. 관리방법 자체를 개선하기

  • 협력을 통한 추상화
    • 화이트보드, 종이 등 시각화를 통해 협력하면 결과가 좋아짐
    • 배경과 시각이 다른 사람들이 협력하면 필연적으로 추상화 요소 발생
    • 이를 통해 흥미로운 것을 발견, ‘아하’ 모멘트
  • 신뢰를 쌓는 공유
    • 신뢰 자산이 높은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효율/생산성 높음
    • 그러나 공유 방식에 따라 신뢰가 떨어지기도 함
    • 하나 공유, 최고 공유보다 복수 공유가 신뢰도/성과 높아짐.
  • 객관성의 주관성 : 설득에는 주관성이 중요
    • 객관적이라는 개념 자체도 매우 주관적임
    •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자료를 들이밀면? 마지못해 수긍하나 마음 불편
    • 결국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함.
    • 논리와 감정적 판단을 분리할 수 없음.
    • 남을 설득하려면 논리성,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 상대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설명 방식을 선호하는지 이해해야 함.
      • 객관적 자료를 모으는 것 이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 좋은 코칭이란
    • 나쁜 사례 : ‘이것도 모르세요?’
    • 상대방의 고민 과정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대화
      • 상대의 멘탈 모델을 파악할 수 있음
    • 행동을 유도하는 대화
  • 문제해결 방식 : 탑다운 vs. 바텀업
    • 잘 정의된 문제 vs.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
    • 전문가들도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탑다운+바텀엄 섞어서 씀
      • 추상과 구상을 오르락내리락. ‘아하’ 순간은 방향이 꺾이는 지점에서 나타남.
    • 문제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탑/바텀을 자주 많이 왔다갔다해야 함.

2-2. 실패하는 방법

  • 전문가팀이 실패하는 이유
    • 전문가를 모아둬도 협력개입이 없으면 서로 정보공유가 안일어남
    • 개인 내 다양성(personal diversity)이 높은 멤버가 팀 내에 필요
    • 소셜스킬 등이 뛰어난 제너럴리스트
  • 탁월한 팀의 비밀
    • 심리적 안전감이 높으면 더 높은 수준의 팀 학습이 이뤄짐
    • 안전한 환경에서 얘기할 수 있는 장치 필요
    • 관리자는 내가 새로운 방법/일을 시도하도록 격려하는가?
    • 이직에 대해 관리자와 얘기할 수 있는가?
    • 문제를 제기하면 관리자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가?
  • 빠른 팀 학습
    • 개발자에게 있어 빠른 학습은 늘 고민거리
    • 학습이 빠른 팀은 팀원 선발기준이 달랐음
      • 협력을 얼마나 잘하는가?
      • 새롭고 애매모호한 상황을 즐기는가?
      •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자신있게 의견을 제안하는가?
    •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음
      • 학습을 팀의 중대한 목표로 설정
      • 리더는 기회, 가능성, 변화의 중요성과 즐거움 강조
    • 실천하기
      • 자신의 학습 환경을 만들 것
      • 일하는 방식을 실험해볼 것
      • 주변에서 동지를 찾아 학습 공동체를 구축할 것
  • 프로젝트 확률론
    • 애자일은 좋은 일을 ‘또는’ 확률로 바꾸고, 나쁜 일은 ‘그리고’ 확률로 바꿈
    • 애자일은 일을 매일 공유하며, 내 일, 네 일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음.
    • 애자일은 새로운 지식, 깨달음을 공유함.
      • 이는 프로젝트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되며, ‘또는’ 확률에 해당

3. 애자일

  • 애자일의 시작
    • 1990년대의 비즈니스 상황, 고객 요구에 맞춰 새로운 개발 방식 등장
    • 2001년 스노우버드 스키장에서 애자일 선언문 작성. 공통된 철학,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을 추려냄.
    • 불확실성이 높은 일은 계획주도 방식이 불가능.
    • 더 짧은 주기로, 더 일찍부터, 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자주 피드백을 받아야 함.
  • 넓은 의미의 애자일 : 일하는 스타일, 삶의 방식
    • 학습과 협력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핵심 구동원리
    • 학습 : 새로운 상황을 계속 배우고 맞춰나가야 함
    • 협력 : 업무공유, 상호협력을 통해 리스크 낮추고 통찰 통해 개선
  • 애자일의 씨앗
    • 10분 안에 전달하려면?
    • 고객에게 매일 가치를 전하라.
    • 고객 : 넓은 의미로 이해관계자
  • 애자일 도입 성공요인
    • 고객참여 > 리팩토링 > 코딩 후 자동화테스트 붙이기 > 코드공유
    • 많은 팀이 고객참여와 코드공유를 미룸.
    • 조직의 성숙도가 낮아도 고객참여를 잘하면 플젝 성공도가 높아짐
    • 성숙도 높으면 짧은 반복 개발주기가 가장 중요
    • 무섭고 두렵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계속 미루지 말라.
  • 뛰어난 애자일 코치
    • 성공하는 조직에는 항상 뛰어난 코치가
    • 애자일 도입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
    • 뛰어난 SW 엔지니어는 높은 대인능력을 갖고 있음
    • 프로젝트 전반에 큰 그림을 자고,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다른 엔지니어를 도와줌.
    • 즉, 함께 자라기를 하는 사람


읽으며 든 생각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은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좋게 말하면 혁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다양한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이다. 제대로 혁신하려면 사람/프로세스/조직구조가 다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데, 사람은 그대로 두고 다른 것만 바꾸려 하니 삐걱임이 많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 책 본문에 가끔 나오는 애자일 컨설팅을 받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려면 끊임없이 시도를 해보고, 회고하고, 평가해보고, 다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지금 조직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김창준님에게 컨설팅을 받거나 같이 일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책 읽을 계기가 되었던 새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그동안은 리더를 잘 뒷받침하면서 내 일만 제대로 하면 되던 실무자였다면, 이제는 멤버들의 마음과 생각과 역량을 살피고 일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2달이 남았지만 이 책을 화두삼아 들고 다니면서 가끔 한 페이지씩 펼쳐봐야겠다.

요즘 분위기상 지금 멤버들과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헤어지게 되겠지만, 같이 하는 시간 동안은 함께 자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