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7기에 참여한다. 글또는 ‘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의 개발자 글쓰기 모임이다. 오랜만에 에디터를 열어놓고 타닥타닥 글을 쓰려니 꽤 기분이 좋다. 게으름을 물리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무언가를 실행할 때의 기분 좋은 충족감이다.

페북에서 글또 7기 모집글을 발견했을 때, 꽤나 반가웠지만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었다. 정확히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올해 1월에 회사 내에서 새 팀으로 옮기고,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를 바꾸고, 실제로는 3~4개의 직무를 커버하며 정신없이 적응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또… 블로그에서 손을 놓은지도 꽤 오래된 상태였다. 데이터 분야 직군으로의 커리어체인지를 준비하면서 글또 1~3기에 참여했었는데, 끝에는 거의 흐지부지 되었더랬다. 이번에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글을 2번 쓰고 패스를 소진하고 중도하차했으니.. 나름 흑역사다.

그럼에도 글또에 다시 지원하게 된 이유는 뭘까. 출발선에 섰을때 여전히 완주할거라는 자신감은 들지 않는다. 뭔가 각오에 가득찬 것도 아니다.

첫 글의 주제를 ‘다짐글’로 잡아놓고 보니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왜 글또에 참여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Motivation

첫째, 성장하고 싶었다.

읽고 이해하기 등 인풋 위주의 공부에서 아웃풋 위주의 공부로, 이제는 정말 전환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글또를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걸. 데이터 관련 직군으로의 커리어 체인지에 5년이 걸렸다. 2016년에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었다. 그 뒤로 아무것도 모르고 R로 떠듬떠듬 독학을 시작했다가 글또에 참여하면서 SQL을 시작했고, 성윤님의 권유를 비롯한 다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python으로 갈아탔다. 중요한 변곡점들이었다.

정확히 개발자는 아닌 상태에서 글또에 참여해 글을 쓰려니 부끄러운 글과 당당한 글이 있었고, 다른 분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글쓰시는 내용들을 보면서 나한테 필요한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과 직군을 옮긴 지금의 커다란 성장의 시점에서 글또에 다시 참여한다면 이제는 조금은 덜 어설픈, 내 기준에 글다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되든 안되든 일단 해보고 싶었다.

지금 내 모니터의 왼쪽 절반에는 ‘글또 3기를 시작하며’ 다짐글이 펼쳐져 있다. 놀랍게도 이 때도 나는 같은 말을 써놓았는데, 인용해본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도 3기 신청을 한 건,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시도들을 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 때문인 것 같다.
무엇이든 안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낫다. 그리고 나는 의지가 박약하고 애들 때문에 개인시간이 적으니 
뭐라도 강제적으로 만들어둬야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 
회사에서 맡은 역할은 데이터와 멀어졌지만, 이렇게라도 배수진을 쳐놓으면 
기를 써서 데이터와 관련된 업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글또를 완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이제는 몸으로 확실히 안다.

나도 실행력에 조금은 잔근육이 생겨서, 마음이 머뭇거리거나 머리로 확신이 안 설 때에도 몸으로 먼저 지를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질렀던 것 같다. 그래, 이건 해야 해, 하는 감각으로.

셋째,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힐링하고 싶다.

나는 덩치가 크고 변화의 속도가 느린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오랫동안 이질감을 느껴 왔다. 상사나 주변 동료들에게 요즘 읽은 책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지 못하고 눈치를 많이 봤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페북이 좋았고, 결이 맞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으며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페북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연결된 인맥들은 연결이 많이 끊어진 상태다.

지금은 나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글또가 좋다.

요즘은 사무실 출근하는 날이면 하루종일 이어지는 회의에, 퇴근하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카톡과 문자를 확인하게 된다. 집으로 다시 육아 출근하기 전 잠깐의 쉬는 틈인데…‘해야 하는 일들’이 나를 지치게 한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에는 글또 슬랙에 들어가면서 힐링이 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 여기는 편안하다. 적어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 것만은 확실하다.

일과 성장에 대한 태도를 놓고 보면, 남편이나 회사 동료들보다 글또 멤버들과 유사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7기 목표

그간의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보려 했는데, 또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래도 이제는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낮에 고민하고 분투한 것들을 밤에 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완주하기
    • 이번에는 무조건 완주다. 오래 쉬었던 만큼 일단 자존감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 pass는 최대 1번만 사용하기
  • 글에 이미지 포함시키기
    • 이전에는 github 블로그에 익숙해지느라 이미지 업로드까지는 못했었다.
    • 방법을 찾아, 데이터 시각화에 관한 글을 쓸 때 이미지도 첨부해보자.
  • 텍스트마이닝 또는 모델링에 관해 공부한 글 작성
    • Konlpy 직접 사용해보기
    • 토픽 모델링 공부


오랜만에 블로그에 정식 글을 올리자니 마음이 설렌다.

전에는 기술 블로그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데이터 분석가의 블로그라고 말할 수 있는 글들을 써보고 싶다. 글또 7기 회고글에서는 만족스럽게 올해를 돌아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