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조사를 구분하는 전형적인 분류법은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로 구분하는 것이다. 정량조사(Qualitative research)는 조사 결과를 양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측정하는 방법이며, 수집한 데이터는 대부분 숫자로 코딩하게 된다. 설문조사가 대표적이다. 효율적인 시간과 비용으로 다수 응답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온라인 설문이라면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도 쉽게 확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일부 샘플을 통해 잠재고객 또는 실제 구매고객 전체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주로 쓰인다.

반면 정성조사(Qualitative research)는 FGI나 인터뷰, 관찰조사 등이 해당된다. 수집되는 데이터는 인터뷰 스크립트, 사진, 동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의 형태를 띄고 있다. 따라서 결과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대부분 정량조사보다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내가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FGI의 최대 규모래봐야 120명 정도였던 것 같다. 한 세션에 10명씩 진행해도 12세션, 최대 3~4일을 full가동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객조사 결과를 통계분석할 때는 대부분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가 분석 대상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인 분석방법을 다루기 전, 전반적인 설문조사 문항 설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설문조사라고는 하지만 검증을 목적으로 대규모 샘플을 수집하는 서베이(survey)에서부터, FGI나 인터뷰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간단한 설문지(questionnaire)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아래 구성은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최대한 뒷부분, 검증 단계에서 쓰이는 문항이라고 가정하였다. 또한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연속형 변수(continuous variable)라는 개념은 통계학에서의 엄밀한 의미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염두에 두고 이 2개 유형으로만 분류한 것이다.

설문조사 문항의 구성

설문지의 앞부분의 응답자 특성에 관한 내용은 STP의 세그먼트/타겟팅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단순히 고객에 관해 파악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중요하게 사용된다.

1) 타겟고객이 맞는지를 걸러내는 목적. 이를 스크리닝 문항(screener)이라고 한다. 2) 결과가 편중되지 않도록 표본을 할당하는 기준 (quota) 3) 그룹간 차이 비교

응답자 특성에는 비교적 객관적인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도메인에 따라 달라지는 U&A(Usage & Attitude)가 있다.

1. 인구통계학적 특성 (Demographics)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관한 문항은 대개 다음과 같다.

  • 연령대
  • 성별
  • 직업
  • 결혼여부/가족규모
  • 교육수준
  • 소득수준(월 평균 가구소득)

뒤로 갈수록 민감한 정보임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마켓리서치 회사를 통해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설문조사가 아닌 이상, 저렇게까지 데이터를 수집하긴 어렵다. 지인이나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우라면 질문을 넣어도 중도에 이탈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위의 항목들은 대부분 보기문항, 즉 명목척도로 측정하고 결과값은 categorical variable이 된다. 연령대나 소득수준처럼 연속성을 갖는 경우도 구간으로 보기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간을 잡는 기준은 도메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단순히 20대/30대/40대 등으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18-24세/25-29세/30-34세/35-39세 등 제품 특성과 고객 행태를 고려해 구분하는 것이 구체적인 분석에 도움이 된다.

2. U&A (Usage & Attitude)

조사하려는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고객의 현재 상태 및 과거 경험에 관해 질문하는 부분이다. 역시 타겟고객 정의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Usage에는 제품의 사용경험**뿐만 아니라 구매경험 까지 질문의 범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다음 중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보셨나요? (복수응답)
  • 사용하고 계신 제품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 OOO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시는 편인가요?
  • OOO를 구매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시나요?
    디자인 / 사용편리성 / 성능 / 가성비 / A/S
  • 귀하가 OOO 서비스에 가장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U&A 역시 대부분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다만 보기문항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비해 훨씬 주관적으로 정의하게 된다. 따라서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문항을 구성하거나 설문지 작성 후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파일럿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좋다.

‘OOO 이용 행태에 관한 설문’과 같은 경우는 1번과 2번까지만 포함된다. 3번부터는 신제품 컨셉 테스트에 해당되는 문항이다. ‘OOO 제품/서비스 수용도 조사’ 등의 제목으로 진행하게 된다.

3. 컨셉 테스트

신제품/서비스 컨셉에 대해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자극물을 제공하고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다. 자극물이라는 단어가 좀 이상한데, 실험심리학 쪽에서 사용하는 stimuli라는 용어를 (굳이) 한글화한 것이다. 마켓리서치 분야에서는 보통 ‘보기카드(showcard), material’ 등으로 지칭하며 실험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에 기반한 테스트라면 드물게 자극물(stimuli)으 제공한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핵심은 미래에 출시될 제품/서비스를 미리 경험시켜보는 것이다. 주로 이미지나 동영상을 사용하고, FGI라면 프로토타입을 제시하기도 한다.

컨셉 테스트에서는 보통 A/B/C안을 비교하게 된다. 한 가지 컨셉만 테스트했다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다른 컨셉을 만드는 프로세스와 노력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개의 컨셉을 먼저 각각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서로 비교하는 구성이 일반적이다.

  • 아래 제품이 얼마나 마음에 드시나요? (선호도)
  • 시중에 있는 다른 제품에 비해 얼마나 독특하게 느껴지시나요? (독특성)
  • 귀하는 아래 제품/서비스를 구매/이용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최종구매/사용의사)
  • 어떤 이유로 사용해 보고 싶으신가요? (이유)
  • OOO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 (추천의사)

위의 항목은 대부분 등간척도, 즉 5점척도나 7점척도로 측정하게 되며 따라서 결과데이터는 연속형 변수(continuous variable)가 된다. 다만 아래 문항은 예외다.

1) 만약 OOO를 구매하신다면, A, B, C컨셉 중에서 어떤 것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최종 선호도)

여러 개의 컨셉을 비교하는 경우 반드시 최종 후보를 하나만 선택하거나, 3순위 정도까지 순서를 매기게 하는 것이 좋다. 결과 데이터는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가 된다. 숫자로만 측정했을 경우 결과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분석자 본인만 참고하는 게 아니라 결과를 갖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택1하게 하는 것이 좋다. 5점/7점 척도는 상당수 응답자들이 ‘대충 좋게’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하나만 선택하게 하면 선호가 극명해진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겪게 되는 것과 가장 비슷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기도 하다. (5점/7점 척도의 한계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루기로 한다)

2) 위와 같이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픈문항 / 복수응답)

오픈 문항으로 제시하면 질문자의 가설 범위를 벗어나는 다양한 응답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응답자들이 그리 성의있고 길게 써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뻔한 대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성실하고 진솔한 응답에서 뭔가를 건진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데이터가 텍스트로 수집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분석에 시간이 더 걸린다.
가설로 갖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보기로 제시하는 경우, 복수응답으로 선택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결과 데이터는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이다.


지금까지 고객조사 시에 활용되는 설문조사 또는 설문지의 문항 구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급하게 작성하느라 다소 거칠게 서술된 것 같습니다. 틀린 내용이나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으시면 피드백 환영합니다. 배우기 위해 씁니다.